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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인이 현대 무용을 하고 있다. 양팔을 양 옆으로 쭉 뻗더니 팔꿈치만 허공에 고정시키고 힘을 풀어서 팔을 늘어뜨린다. 즉시 아이스하키 골키퍼마냥 막는 시늉을 하고, 또 즉시 자기 왼쪽 어깨뼈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하듯 사이드미러 움직이는 것처럼 손놀림을 하더니 벌 날개짓하듯 손목을 퍼덕인다. 이후 팔이 투석기스럽게 오른쪽으로 장풍을 두 번 쏜다. 무한 반복.

투닷츠 스테이지 선택 화면에 등장하는 설인이다. 김을 붙여놓은 것마냥 짙은 눈썹, 꾹 다문 입에서 나오는 표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늠름하다. 자극한다 병맛 코드를. 게임 제작자의 센스가 살짝 야릇한 게 분명하다.

투닷츠는 스테이지식 퍼즐 게임이다. 스테이지는 235단계까지며 두세 달만 슬렁슬렁하면 다 깬다. 퍼즐 규칙은 직관적이고 난이도도 적당하다. 가로 세로로 놓인 같은 색의 점을 연결하면 그 점들은 사라지고 위에서 새로운 점이 채워지는 방식이며, 이런 식으로 각 스테이지에 있는 미션을 깨면 된다.

그래픽을 보면 요새 흥행하고 있는 카카오 플랫폼 게임이나 고사양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보통 게임에는 다 있을 만한 화려한 일러스트나 특수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외각선조차 없는 깔끔한 단색 도형들이 춤추는 세계이다. 몽환적이면서 이쁘다. 색의 경계나 질감 표현도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실상 설인이 미친 몸짓을 하고 있어도 그게 현대 무용으로 보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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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점에 하얀 닻이 그려져 있다. 나는 지금 선들이 물결 모양으로 춤추고 해초, 튜브, 좌초된 배 등 잡다한 것들이 널부러져 있는 해저에 와 있다. 여기서 닻은 흔한 물건이다. 닻을 보자마자 이것은 마땅히 땅으로 떨궈야 하겠구나 생각한다. 닻은 그런 용도니까. 바다에서 나와 지금은 꼿꼿이 선 나무가 눈 덮인 채 듬성듬성 있고 깎아지른 절벽도 보이는 설산에 있다(설산 중간에서 설인은 여전히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 추운 곳에서 얼음은 흔하다. 얼음은 깨야 제맛.

이 게임의 매력은 게임 시스템과 그래픽을 극적으로 잘 조화시켰다는 점이다. 스테이지 선택 화면에서의 배경, 그 배경과 어울리는 대상, 그것이 미션으로 되는 방식. 위에서 묘사한 대로다. 해저인 배경에서는 닻을 떨구는 미션이 주이고, 설산-얼음-깨부수기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 시스템이 자연스럽고 뜬금포가 없기 때문에 게임이 쉽다. 단조롭지만 매력적인 그래픽은 게임의 주 테마인 ‘점’과도 잘 어울린다. 캔디 크러시에 나오는 캔디나 애니팡에 등장하는 동물에 적당한 그래픽이 필요하듯이 투닷츠는 점과 어울리는 테마를 잘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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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개성넘치는 그래픽만이 이 게임의 칭찬거리는 아니다.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어떻게 플레이하고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가인데, 여기 흥미로운 규칙이 있다. 바로 같은 색 한꺼번에 없애기 규칙이다. 점을 연결해 어떻게든 닫힌 도형을 만들어내면 색 한 종류를 전부 부순다는 원칙이다. 노란색 점만을 이용해 사각형을 만들면 화면 상에 있는 모든 노란 점이 일제히 터진다.

이 규칙은 아주 유용하다. 얼음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얼음을 전부 깨부숴야 하는데 하나하나 부수기에는 횟수가 10회 정도로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노란색 사각형을 만들어 노란색을 다 없애버린다. 점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으므로 여기저기 흩어진 얼음을 더 효과적으로 부술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초록색, 파란색 등 네다섯 번만 반복하면 어느새 미션 클리어다.

투닷츠가 섬세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유저 스스로도 생각지 못하게 지침을 내리기 때문이다. 같은 색 한꺼번에 없애기 규칙은 사실상 작은 미션에 가깝다. 스테이지 대부분은 이 규칙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이 규칙을 무조건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저는 일차적으로 사각형을 만들려고 한다. 사각형을 만드는 전략 자체도 충분히 다양해서 이 지침이 주는 압박감이나 단조로움은 없다. 오히려 우선 사각형을 만들고 보자라는 명확한 목적이 생기기 때문에 – 즉 전략적으로 고민할 단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게임이 수월하다는 느낌이 든다. 훌륭하다. 이는 게임 제작사의 입장에서 맵을 복잡하게 만들어 사각형 만들기를 어렵게끔 하는 등의 레벨링에도 용이하다.

 

투닷츠는 원체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도 버리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게임은 열심히 할수록, 게임 자체를 연구할수록 새로운 요소가 나오기 때문에 유저간 격차가 크다. 그러나 2048에서 숫자 블록의 등장 위치, 부루마블에서 주사위, 투닷츠에서 위에서 내려오는 점 색깔 등의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게임을 열심히 하고 전략적으로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 하더라도 운이 나쁘면 말짱 도루묵이다. 바꿔 말하면, 열심히 전략을 짜지 않아도 운이 좋으면 게임이 잘 풀릴 수 있다. 즉 난이도가 하향평준화된다. 이는 모바일 게임 유저 중 다수를 차지하는 라이트 유저 1의 입맛에 맞게 되는 것이다.

 

투닷츠는 제법 많은 스테이지와 적절한 난이도를 가지면서도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어 참 좋다. 또 게임이 정말 이쁘고 블링블링하다.(개인적인 생각건데 여성층에게는 꽤 잘 먹힐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될 스테이지가 궁금해진다. 정글 스테이지가 추가된다고 얼핏 들었는데, 그렇담 이번엔 설인이 아니라 악어? 고릴라? 뭐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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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김태훈_프로필(수정)-01

  1. 일상 생활의 잠깐 휴식 정도로 게임을 가볍게 플레이하는 유저. 헤비 유저는 게임에 온통 시간을 할애하고 과금도 서슴치 않는다.
  • kfg

    오 진짜 이쁘네요, 해봐야겠어요.

  • 루미

    제가 제일 좋아라하는 게임이에요 🙂
    근데 설산의 저 고릴라는 별루 신경안썼는데 귀엽네용